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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Diary] 화창한 겨울 하늘에 숨겨진 먹구름

by S프레소 2023. 12. 12.

[Diary] 화창한 겨울 하늘에 숨겨진 먹구름

2023년 12월 12일 화요일

 

비가 온 다음 날 화창하지만 흐린 구름이 햇빛을 살짝 포갠 오늘

다가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는 꽃들 처럼 겨울이 영상을 웃도는 날씨가 나를 맞이했다.

차디찬 바람이 지나가도 오늘 하루도 떨지 말고 힘내라는 듯이 햇빛의 온기는 겨울 같지 않은 힘을 내뿜으며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책 냄새가 공간을 뒤 덮은 도서관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책이 없는 오늘은 뭔가 여유롭고 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리 저리 둘러보며 책들 사이를 비집고 어슬렁 어슬렁 쏘다니며 내게 어필하는 책들이 있나 유심히 보고 있었다.

썩 내키지 않지만 한 두권의 책을 꺼내어 보고 앞 뒤에 있는 표지와 손에 잡히는 페이지를 펼쳐 눈에 닿는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오늘은 나와 책들의 사이가 서먹한지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고 결국 책은 내 손을 떠나갔다.

 

돌아 오는 길에 보이는 커피집에 가서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치며 손아귀에 잡히지도 않는 플라스틱 커피잔을 들고 나왔다. 겨울이지만 따스한 날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는 이상한 사람이 있냐면서 겨울은 성을 내고 내 손에 들린 커피잔을 뺏으려는 듯 자꾸 다른 손으로 옮겨 잡게 했다. 플라스틱을 감싸는 골판지 모양의 홀더가 지금 잡고 있는 것을 놓지 말라고 차디 찬 기운을 흡수하지만 겨울의 힘을 이기지는 못했다.

 

고소하지만 산미가 조금 가미되어 있는 커피를 마시며 돌아가자니 뭔가 허전함을 느끼고 슈퍼에 들어섰다. 자주 먹던 것은 아니지만 달콤하고 짭짤한 단짠단짠의 조화가 어우러진 예감과 하비스트 과자를 집어들고 달콤한 초코 케익을 작게 만들어 놓은 오뜨와 함께 계산대로 향했다. 두 손에 달콤함과 고소함이 들려있자니 겨울이 주는 풍요로움을 한 껏 느끼는 것 같았다. 두 손과 마음이 풍요로워 오늘 하루는 무엇이든 다 잘 될 것 같았지만, 지나가는 자동차가 나를 구석으로 몰았다.  나를 골탕먹이려고 준비한 듯 발 밑에는 강아지의 배설물이 있었다. 하얗게 빛을 발하던 신발이 한 순간에 갈색으로 변했고 딱딱하게 굳은 아스팔트 바닥을 차듯 멀쩡하던 신발을 질질 끌며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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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개설  (0) 2023.08.18